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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사업에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적용한다면 -해군현회 양연진 이사-

 ● 전장은 변했는데 개발 방식은 그대로다


최근 KDDX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입찰 불참, 유찰 가능성,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부족한 사업비, 단축된 사업 기간, 과도한 적자 우려까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주할수록 손해”, “계륵 같은 사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문제를 단순히 기업 간 갈등이나 예산 문제로만 보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대한민국의 핵심 미래 전력 사업이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 되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현대 전장의 변화와 기존 방산 개발 방식의 한계가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함정은 비교적 독립적인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미래의 구축함은 다르다. 이제 함정은 단순 철 구조물이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 오브 시스템(System of Systems)으로 변하고 있다. 함정 내부의 전투체계뿐 아니라 위성, 드론,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 항공기, C4I 체계,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전자전 체계, 사이버전 체계까지 모두 연결되는 거대한 네트워크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이제는 단순히 함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영체계(Operation System)”를 만드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장은 변했는데 개발 방식은 여전히 과거 산업화 시대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 함정은 원래부터 체계공학과 M&S가 중요했다


사실 함정 분야는 다른 무기체계와 비교하면 오래전부터 체계공학(Systems Engineering)과 M&S(Modeling & Simulation)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적용해온 분야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함정은 작은 도시와 발전소, 데이터센터, 무기체계, 지휘통제체계가 하나로 결합된 초복합 시스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 안에 추진체계와 전력체계, 냉각체계, 배관, 케이블, 레이더, 무장체계, 전투체계, 통신체계, 승조원 생활공간까지 동시에 통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선·해양방산 분야는 오래전부터 CAD와 CAE, 전산유체해석(CFD), 구조해석, 열해석, 전력해석, 생존성 분석, 디지털 목업(DMU), 전투 시뮬레이션 같은 M&S 기반 접근을 적극 활용해왔다.

특히 잠수함이나 이지스 구축함 같은 고복잡도 체계는 실제 만들고 수정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전 시뮬레이션과 체계통합 검증 비중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KDDX도 이미 상당 수준의 체계공학과 M&S가 적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 이제는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을 다뤄야 한다


문제는 이제 전장의 복잡성이 과거와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로 구조 안정성과 무장 성능, 탐지 성능, 생존성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와 무인체계, 네트워크 중심전, 사이버전, 전자전, 데이터 링크, 인간-기계 협업, Operational AI, 실시간 연합작전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즉, 단순 장비 통합 문제가 아니라 인지·판단·의사결정·네트워크·자율성까지 연결된 문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기존 M&S와 지금 강조되는 디지털 엔지니어링·디지털트윈·DBSE(Digital twin-Based Systems Engineering)의 차이가 나타난다.

과거 M&S가 비교적 특정 기능이나 성능 검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설계와 시험, 운용, 정비, 군수, 성능개량, AI 학습, 실시간 상태분석까지 연결하려고 한다.

즉, “개별 시뮬레이션”에서 “살아 움직이는 디지털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방부는 DoD Digital Engineering Strategy과 DoDI 5000.97 등을 통해 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Build → Test → Fix”에서 “Model → Analyze → Verify → Build”로 바꾸자는 것이다.

즉, 먼저 만들고 문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충분히 분석·검증하고 실제 제작에 들어가자는 개념이다.



● 이미 해외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단순 이론이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MBSE(Model-Based Systems Engineering)와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적용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Lockheed Martin, Boeing, NASA, BAE Systems 등은 이미 모델 기반 개발과 디지털트윈 기반 검증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방산업계에서는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MBSE 적용을 통해 개발기간을 약 20~50% 단축하고, 재작업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며, 시험평가 이전 설계 오류 발견률을 크게 향상시킨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단순 설계 효율화 수준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효과에 가깝다.



● 방사청도 디지털트윈 활용을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이제 해외 사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방위사업청도 2023년 「무기체계 디지털 트윈 활용 지침」을 제정하며 디지털트윈과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반 접근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 지침은 단순히 3D 모델을 만들자는 수준의 문서가 아니다. 방위력개선사업 전반에 디지털트윈 기반 개발·시험·운용·정비 개념을 적용하기 위한 첫 제도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지침 제1조에서는 “무기체계 획득단계별 절차에서 디지털 트윈의 시범적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또 제5조에서는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 품질 향상, 위험 감소, 운용성 및 정비성 향상 등을 디지털트윈 적용 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현재 KDDX 논란의 핵심이 사업비 부족과 일정 압박, 복잡성 증가, 위험 증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디지털 엔지니어링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제6조에서는 무기체계 전 수명주기 관점에서 디지털트윈을 적용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양산, 운영유지, 성능개량까지 연결하겠다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 MBSE를 넘어 DBSE 개념과 매우 밀접하다.

DBSE는 단순 개발 단계 모델링이 아니다.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설계와 시험, 운용, 정비, 군수, 성능개량까지 연결하여 현실 체계와 가상 체계를 지속적으로 연동하는 개념에 가깝다.

즉, “만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 지금 KDDX에 적용해도 늦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엔지니어링은 개념설계 단계에서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상세설계 이후 단계에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현재 KDDX는 기본설계는 완료되었지만 아직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체계통합, 시험평가, 후속함 건조, 성능개량, IPS, CBM+, 총수명주기관리(TLCSM) 등 핵심 단계가 남아 있다.

사실 현대 함정사업에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단계는 상세설계 이후다. 이 시점부터 수천 개 장비와 센서, 소프트웨어, 전력체계, 냉각체계, 배관, 케이블, 네트워크, 무장체계가 실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즉, 문서상 설계가 현실 시스템으로 바뀌는 단계다.

그래서 상세설계 단계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의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항공 분야에서는 상세설계 단계에서 3D 모델 기반 간섭 검증과 배관·케이블 충돌 분석, 정비 접근성 검토, 전력·열 해석, 체계통합 시뮬레이션, 디지털 시운전(Virtual Commissioning) 등을 수행한다.

즉, 실제 건조 전에 가상환경에서 먼저 조립하고 운용하고 정비까지 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건조 이후 발견되는 문제를 상당 부분 사전에 줄일 수 있다.



● 호르무즈 해협에 간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만약 KDDX가 실제 호르무즈 해협 같은 고위험 지역에 파견된다고 가정해보면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디지털트윈의 필요성은 더 명확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좁은 해역과 복잡한 민간 선박 흐름, 드론 위협, 소형 고속정 위협, 기뢰전 가능성, 전자전, GPS 교란, 사이버 공격까지 동시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 레이더 성능이나 미사일 사거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체계 전체가 실시간으로 어떻게 연결되는가, AI가 어떤 판단을 하는가, 일부 장비 장애 속에서도 임무를 유지할 수 있는가, 승조원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전자전과 사이버 공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작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

즉, 현대전은 개별 무기 성능(MOP)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효과(MOE) 문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실제 바다에서 반복 시험하기 어렵다.

그래서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실험이 중요해진다.

만약 KDDX에 디지털트윈 기반 체계가 적용되어 있다면 실제 호르무즈 해협과 유사한 환경을 가상공간에 재현하여 드론 군집 공격과 전자전 교란, 통신 장애, AI 오판, 일부 장비 손상 같은 상황을 수천 번 반복 실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장비 성능이 아니라 실제 임무효과(MOE)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미래 함정은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 전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함정을 한번 만들면 수십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드론과 AI, 저궤도 위성,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전, 사이버전, 무인체계, 자율체계 등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전장 환경 자체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즉, 미래 전력의 핵심은 단순 고성능이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래서 최근 미국방부가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가 MOSA(Modular Open Systems Approach)다.

MOSA는 특정 업체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변화하는 기술과 위협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교체·추가·통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런 MOSA 개념은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매우 궁합이 잘 맞는다.

왜냐하면 디지털 엔지니어링 환경에서는 각 모듈과 인터페이스가 모델 기반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새로운 체계를 추가하거나 교체할 때 영향도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DBSE, 그리고 MOSA가 결합되면 구축함은 단순 완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 가능한 플랫폼으로 바뀌게 된다.



● 중요한 것은 더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총소요비용 절감과 개발기간 단축, 품질 향상, 리스크 감소, 임무가용도 향상, 유지보수 최적화, 지속적 성능개량, 미래전 대응 유연성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 엔지니어링이 만능은 아니다. 모델이 현실을 완벽히 복제할 수는 없다. 검증되지 않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오히려 잘못된 의사결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DoDI 5000.61은 “검증되지 않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의사결정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 디지털화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KDDX는 단순 함정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해양방산이 미래 전장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사업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의 상세설계 단계는 단순 도면 작성 단계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방산의 미래 디지털 전환 구조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누가 더 싸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실패를 가상환경에서 경험하며 더 유연하고 신뢰 가능한 체계를 만들 수 있는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군협회 양영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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